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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종로구립 고희동미술관(원서동 고희동 가옥)

종로구립 고희동 미술관으로 공식 명칭이 변경되면 무언가 달라지는 법인가?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소재한 고희동 가옥을 들어서며 잠시 품었던 생각인데, 별반 다르지 않음을 이내 알게 되었다. 관리인 한 분 상주하시는 것 같고 또 세월 따라 단청이라도 새로이 칠한 데도 없으니 말이다.

날씨 좋은 날엔 잠시 붓을 놓고 제대로 걸터 앉아서 마당에 내리쬐는 햇살이라도 즐기지 않았을까 싶은 창가엔 적막이 여전한 채다. 한옥의 형태를 취했으나 자세히 보면 또 온전히 그렇지도 않은 다소 헛갈리는 집이지 않은가? 유학을 일본으로 다녀온 탓일까도 싶은데... 

춘곡의 집

우측으로 난 출입구를 따라 춘곡 고희동 선생의 '화실'로 들어가려면 우선 신발을 벗고 여닫이 문을 왼쪽으로 열어야 한다. 물론 시국 탓인지 열 체크도 이름도 남겨야 한다.  잠시 맞이 인사를 건네던 관리인은 이내 문들 닫고 사라져 주신다. 옳거니 조용히 관람할 일만 남았다. 딱 내 스타일이다. 

고희동 미술관 내부 복도

첫 방문이라면 곧 좁은 복도와 친해져야함을 알게 된다. 나도 모르게 발끝을 오므렸다. 지난겨울 첫 방문 때 무척이나 시렸던 기억이 급 소환된 탓이다. 오늘도 첫 번째 방에선 춘곡 선생과의 눈인사가 맨 먼저이다.

자화상들을 보면서 약력을 훑으면서 삶의 궤적도 되돌아 보는데, 1883년 보빙사로 유길준 등과 함께 미국을 다녀왔다는 부친(고영철, 1853~1911)의 행적도 새롭게 눈에 띈다. 당시 '신지식인'이었던 부친의 영향으로 동경 유학길에 올랐던 것인가? 그리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가 된 것일까? 

춘곡의 자화상

왼쪽 사진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유화작품으로 1915년에 춘곡이 직접 그린 자화상(등록문화재 제487호,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으로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안면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춘곡 고희동(1886~1965)은 14세 때에 서양화를 처음 접했고, 관직에 재직 중이던 1909년(24세) 정부의 출장 명령을 받고 미술 연구를 위해 동경으로 건너간 것이 계기가 되어 동경 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였다(1915년). 졸업 후 귀국해서 직접 설계도 하고 1959년까지 살았던 집이 바로 이곳 원서동 가옥이다(1918년). 화가의 작업실이면서 또 근대기에 들어와 조금씩 변모하던 한옥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ㄷ'자 모양의 구조에서 오는 독특한 느낌은 복도를 거닐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서 알아챌 수 있다. 마치 중정처럼 보이는 마당엔 흙과 잔돌이 섞인 상태였고 장독대와 맷돌 등이 옛날을 떠올리게 해 준다. 한편 춘곡 고희동은 화가이자 교육자, 미술행정가로서 활동하였는데, 1920년대 중반 이후로는 전통 수묵 화법을 기초로 서양 화법을 접목한 새로운 한국화를 시도하였다.

금강산 옥류동도와 삼선암도

해서인지 그가 남긴 금강산 관련 그림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과는 또 다른 그만의 화풍으로 남긴 그림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1911년과 1918년 경에 금강산을 다녀왔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1934년 9월 27일 자 조선일보에선 아래와 같은 글도 남겼다. 

"금강산을 보라, 세계에 짝이 없는 순전한 미의 덩어리가 아닌가...그 맑은 공기에 차여있는 기묘한 곡선과 찬란한 색채는 우리 조선의 특별한 보배다..."

선생이 묵었을 공간을 사랑방으로 형상화했다는 공간도 있고,  

그에게서 가장 중요했을 공간인 작업실! 마치 지금도 작업중인듯 재현되어 있어 오래 지켜보게 되는 곳이다.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건 다음을 또 기약하자는 것인가? 

다시 좁은 복도를 벗어나 밖으로 나오자 넓은 마당과 정원 수 등이 보인다. 

춘곡 고희동 상

한국 근대화단을 이끈 춘곡 고희동 선생! 작품 활동은 물론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는 그를 위해 지난 2015년에 서거 50 주년을 맞이해 후손들이 세운 동상 앞에 다가섰다. 대한 미술협회장도 역임(1950년) 하였고, 의정활동(1960년)도 하였으며 향년 80세로 타계했다니 나름의 '마이 웨이'를 살다 간 분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의 종로구립 고희동미술관(원서동 고희동 가옥)은 창덕궁(돈화문) 좌측길을 따라서 끝까지 들어오면(도보로 약 7분 정도) 만나게 된다. 참고로 원서동 지명은 '창덕궁 후원의 서쪽에 있는 동네'에서 왔다고 한다. 

→ 관람 시간 : 화요일~일요일, 10:00~18:00(17:30 입장마감)

→ 관 람 료 : 무료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