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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생활용품 판매회사에 다니는 다쓰키 레나는 7년 차의 경력이 쌓인 직장인이다. 이제 서른다섯 살, 올해 회사에서 맡은 직책은 마케팅부 SNS팀 팀장으로서 아래로 서너 명의 팀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사교적이고 회사의 인정도 받으며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그녀에게는 남모르는 고민이 하나 있었다. 너무 사람 좋게 굴어 가끔 자신이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가 하는 속앓이였다."

남의 말에 굉장히 신경 쓰는 성격의 사람들은 혹여 타인의 미움을 살까 유의하며 사는 경우가 많다. 남들보다 잘 웃으며 친절하게 하려는 경향도 있다. 문제는 이것이 오히려 상대방으로 하여금 더 만만하게 보는 결과로 종종 이어진다라는 점이다. 참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인데 쉽사리 입 밖으로 꺼내지지 않는다. 

"오늘 와타나베 미유코는 오랜만에 간 백화점에서 잔뜩 기분이 상하여 돌아왔다. 중요한 미팅이 잡혔는데 입을 옷이 마따치 않아 큰 맘을 먹고 간 것이었다, 세일 기간에 주말이라 한창 바쁜 시간이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미유코는 자신만 너무한 대접을 받았다고 느꼈다. 입구에 들어서 둘러보고 있어도 직원은 말을 걸어 주지 않았다. 쇼윈도 속의 물건에 관심 있게 눈길을 줘도 멀뚱히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 적극적인 설명이나 권유도 없었다. 다른 매장에서도 황당한 일은 계속되었다. 오히려 더 늦게 방문한 손님의 말에 직원은 그를 먼저 응대하러 나갔던 것이다."

내 경우라면 그냥 바로 나오고 말았지 싶다.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에 가보면 점퍼나 청바지 차림에도 명품매장에서 당당하게 이것저것 보여 달라는 사람도 많다. 구매할 생각이 분명 있었음에도 위 사례의 미유코는 오히려 무시를 당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왜 였을까?    

'강한' 사람보다 '강해 보이는' 사람이 이긴다. 저자인 나이토 요시히토가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에서 맨 먼저 한 말이다. 단지 대화만으로 '단숨에 다른 사람들에게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전수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큰 성공을 거두거나 실력자가 되기란 어렵다. 하지만 그런 인물로 '보이는' 것이라면 이는 다른 문제이며, 조금의 대화 기술을 통해 누구나 당장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강한 사람으로 비칠 수 있는 대화법을 익혀서, 그것을 무기로 언젠가는 진정한 강자가 되라는 염원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는 저자의 의도는 과연 얼마만큼 설득력 있고 또 진지하게 다가올까?     

우선 노란색 표지가 '만만하게' 보인다. 첫인상인 셈이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처럼 예제를 통한 접근방식도 현실감있다. 더군다나 누구라도 한 번 쯤 겪어보았을 법한 일이라면 더욱 생생한 맛이 있다. 사례에는 아래와 같은 별도의 칼럼들을 삽입하고, 해외의 연구사례나 유명인사의 어록 등을 극적으로 끌어와 나름의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친절함도 보인다. 예컨대, 샤넬의 창시자 코코 샤넬(Coco Chanel)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상대를 외모로 판단하지 마라. 그러나 명심해라. 당신은 외모로 판단될 것이다."

'외모'보다는 '내면'을 중시하는 세상이지만, 현실에서는 외모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음을 염두에 두자는 저자의 예시에 일견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목차 부분으로 페이지를 다시 넘겨 보게 된다.  

책 목차 1

제1장은 '상위 1%'가 되기란 쉽지 않으니 일단은 '그렇게 보이는' 방법에 포커스를 두자는 게 저자의 접근방식이었다. 일종의 총론인 셈이다. 제2장부터는 각론에 해당된다고 보면 무리 없지 싶은데 말투와 매너에 대한 내용으로 풀이하고 있다.

"스물일곱 살의 취준생 마쓰시타 료의 가장 큰 난관은 '면접'이었다. 수십 군데 서류를 넣었고 그중에 절반 이상 서류 통과도 했지만 매번 면접 단계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자기보다 준비기간도 짧았고 대외활동도 없었다고 생각하는 동기들이 속속 취업에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기분이 상했다. 학력 또한 도쿄의 유명대학을 나온 료만큼은 아닌 친구도 있었다.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아무리 봐도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화가 나기만 했다. 어느 날 컨설턴트와 마주 앉은 그는 깜짝 놀랄 말을 듣게 되었다. 말은 유창하지만 결론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힘들고, 다른 지원자들이 말하는 동안에 고개를 지나치게 끄덕이면 오히려 이야기가 귀에 안 들리고 있거나 자기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평소 유창한 언변에 자신있다고 생각했다면 충격이 아닐 수 없고, 경청하고자 했는데 역효과라니 정말 의외가 아닐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성격과 밀접하게 결부되는 언어습관이란 게 하루아침에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막막한 일이다. 만일 여러분이 위 사례의 료라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자가 제시하는 힌트,  '효과적인' 전달방법은 제3장에서 다루고 있다.  

"25년 째 화장품을 제조 판매하는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이와모토 게이지는 시민단체 봉사모임 회장을 맡은 후로 고민에 휩싸였다. 회장이 된 이후부터 사람들에게 인사말을 할 기회가 많아졌는데, 그때마다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다. 갑자기 사람들 앞에서 연설이나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데 머리가 하얗게 비워지는 느낌이랄까? 실수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혔던 경험 말이다. 결국 횡설수설하고 만다면 두고두고 가슴 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책 목차 2

목차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저자는 매 장마다 하나의 큰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또 그 사례에서 파생된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나열한다. 그런 다음 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심리기술들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이렇게 말이다. 

"처음부터 큰 부탁을 하라. 거절당하더라도 "그럼...."이라며 작은 부탁을 할 수 있고, 상대방은 그 부탁을 들어줄 것이다."

"의견을 물으면 아무리 진부하거나 소소한 의견이라도 반드시 얘기하라. 말할 기회를 버리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존재감을 부정하는 것이다."

"세상에 비치는 이미지는 말투로 결정된다." 저자 나이토 요시히토는 <대화법>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나 자신에 대한 평가를 높이고 타인에게 만만해 보이지 않으려면 역시 '말'이라는 무기가 제일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어떻게 하면 교양이 넘치고 지적이며 인텔리적인 대화 테크닉을 구사할 수 있을까?

그러나 저자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형식적인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솔직하다. "별로 노력을 할 필요가 없지만, 훌륭해 보이도록 꾸밀 수 있고 지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고 있는 47가지 심리기술은 바로 그런 바람을 품어온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집필한 책임을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이 책의 독자는 정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