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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한강 조망 명소 흑석동 효사정

한강(동부 이촌동 주변)

반전 드라마. 솟대처럼 보이는 가로등 너머 위 아래로 명암이 교차하는 이곳은 어디일까요? 마침 가을 하늘은 흰구름 보듬고 제 빛깔 뽐내듯 자랑하는데 도무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한강은 넘실 넘실 흘러만 가고 있습니다. 오후 2시 경이나 되었을까요? 752번 노선버스를 타고 약 45분만에 흑석동 효사정 앞 정류장에 내렸습니다. 요즘 흔치 않은 육교를 건너는데 눈앞엔 야트막한 서달산(179m) 아래 흑석동이 가득 들어옵니다. 

흑석동 일원

'검은 돌이 많았던 동네' 흑석동. 그런데 오늘날의 흑석동엔 '검은 돌'은 일체 보이지 않고 '녹지'부터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참고로 사진 속 녹지는 전주이씨 덕천군파 묘역으로 조선 2대왕 정종의 증손자 이귀정과 장인 장모 그리고 그의 후손들이 묻혀 있는 곳이랍니다. 아마 동네 주민중에도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어라~ 그런데 저건 뭘까요? 

그날이 오면(심훈)

'상록수'의 심훈. 소설가이자 시인이면서 영화인이었던 심훈이 1930년 경에 쓴 <그날이 오면>은 '광복'의 그날을 염원하며 써내려간 정말이지 처절한 심경 토로에 다름 아니지 싶습니다. "드는 칼로 이몸의 가죽이라도 벗겨 커다란 북을 만들어 둘쳐 메고는 ..."부분에선 새삼 먹먹해져 옵니다. 그런데 이시비가 왜 여기에 있는걸까요? 노량진 출생이라던 흐릿한 기억이 있긴 한데 혹자는 이 근처에 그의 생가 터가 있다고도 합니다.  

효사정 1

효사정. 펼쳐지는 한강 조망에 혹하는 마음을 잠시 진정시킬겸 한 바퀴 천천히 둘러봅니다. 주위의 노송과도 꽤 어울리는 모습이지요? 숲 그늘 아래로 벤치도 적절하게 놓여져 있고요 또 그 속엔 효사정 관련 안내판이 보기 좋게 설치되어 있어 낯선 이의 발걸음을 한층 가볍게 해줍니다.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자면 '효를 생각하는 정자'란 뜻의 이곳은 과연 어떠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걸까요? 조선 전기로 잠시 시간여행을 떠나야지 싶습니다. 슝~

효사정 2

조선 세종 때 우의정 노 한이 세우다. "서울 동작구 한강변 남쪽에 있는 이 정자는 한성부윤과 우의정을 지낸 공숙공의 별장이었다. 모친이 돌아가시자 정자를 짓고 3년간 시묘를 하면서 모친을 그리워 했고, 또 북쪽을 바라보며 개성에 묘를 쓴 부친을 추모했다. 노한과 동서지간이었던 호조참판 강성덕이 이름을 지었으며,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난간을 두르고 팔작지붕을 얹은 형태로 일제시대에는 신사가 있던 자리였다" 친절한 안내판에서 몇 글자 모셔와 보았습니다. 

'효도의 상징'으로 회자되다. 조선조 당시에도 노 한의 지극정성에 많은 시인묵객들이 찾아와서 그의 효성을 노래하였다고 전해지는데요, 신숙주와 서거정을 비롯해 조선 전기 문인이었던 정인지의 시도 전해져 오더군요. 손자인 노사신(집현전 학사 출신으로 후에 영의정까지 오른 인물)도 효사정의 정취를 시로 읊었단 기록이 있습니다. 전망 좋은 곳에 자리했던 '입지 여건'도 한 몫했으리라 짐작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일단 '터'가 좋아야지 뭘 해도...  

세월은 흐르고 조선 성종 때에 들어와 이 효사정이 그만 헐려버렸다고 안내되어 있는데요,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더군다나 일제강점기엔 신사까지 들어섰었다는 기록도 있군요. '땅의 명운'도 변하기 마련인 건지? 아무튼 현재의 효사정은 지난 1993년에 복원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말쌈입니다. 또 슝~  

효사정 3

'한강 조망 명소'로 칭송되다. 역사공부도 시간여행도 오늘은 이만하면 되었지 싶습니다. 아까부터 한눈 팔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발치로 내려다 보니 올림픽도로 위로 부리나케 흘러가는 건 자동차 무리요, 세월아 네월아 더디게 흐르는 건 아리수 물결이네요. 이 또한 한강변의 풍광이지 싶습니다. 노 한이 올랐던 그 시절에는 과연 어떤 풍광이 그의 심사를 들었다 놓았다 했을까요? 옛 사람은 다만 말이 없을뿐입니다.  

나름 준비한 타임랩스 영상으로 그날의 현장감 물씬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효도의 상징이었던 효사정! 

한강변에 있는 오늘날의 정자 중 그 경관은 정말 제일이지 싶습니다. 발치로는 유유히 흐르는 아리수요, 너머로는 서울의 진산 북한산이라 이런 풍광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마천루 고층 아파트와 울긋불긋 단청입힌 효사정의 대비도 제법 콜라보중입니다. 신구의 조화랄까요? 더군다나 '효를 생각하는 정자'라니 말입니다. 시대는 변했지만 그 덕목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테니까요.

오늘도 시간여행자의 하루는 짧디 짧습니다. 

★ 흑석역 1번 출구로 나오시면 금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