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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장 아름다운 울림, 성덕대왕 신종

종로 보신각에서 울려 퍼지는 제야의 종소리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터이다. 깊은 산 정적의 사찰에서 새벽 예불이나 정기 법회 때 나지막이 울리는 종소리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 사람의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해 준다. 속세의 번뇌를 싹 날려주는 듯한 그 소리에 잠시 빠져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우리나라 문화재 중에 아주 근사한 종이 있다. 다른 나라 아닌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소리'로 선정한 성덕대왕 신종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기분 좋은 여행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종 중에서 가장 큰 종으로, 처음에 '봉덕사 종'이라고 불렸으나, 아기를 시주해 넣었다는 전설때문에 아기 울음소리를 본떠 흔히 '에밀레 종'이라고 불린다. 전체 높이는 3.75미터이고 그 무게는 18.9톤이나 나간다. 큰 몸집에 비해 균형미가 뛰어나 안정감이 넘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 표면에는 화려한 비천상이, 종을 매다는 부분의 용 조각 그리고 세련되고 정교한 무늬들로 우리나라 종의 아름다움을 두루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래 사진 속 북한산 무량사 종처럼 성덕대왕 신종을 기본형으로 삼아 종을 만들고 있다. 통일 신라 시대 경덕왕은 부친인 성덕대왕(?~737)을 기리며 아름다운 종을 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끝내 종이 완성되는 걸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아들인 혜공왕(756~780)이 771년에 완성한 것, 하늘을 날아다니며 하계 사람들과 왕래한다는 여자 선인이 무릎을 꿇은 채 공양을 올리며 내려오는 모습 즉 공양천인상이 조각된 것이 바로 성덕대왕 신종이다. 

에밀레 종을 닮은 북한산 무량사의 종

흔히 비천상이라고 알려진 화려한 무늬가 역시 가장 눈길을 잡아 끈다. 생동감이 넘치는 모습인데, 불교에선 천상계(열 가지 선행을 닦으면 갈 수 있다고 하는 하늘 위 세계)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무늬는 이후 고려 시대 종인 천흥사 동종에도 새겨져 있다. 차이점이라면 비천상의 개수이다. 신라 시대 종에는 비천상이 4 구인데 비해, 고려 시대의 종에는 2구 밖에 없다. 참고로 외국의 종에 비해 우리의 종은 치는 방법부터 다른데, 바로 나무를 밀어서 당좌 부분을 쳐서 소리를 내는 방식인 것이다. 모양새도 전체가 둥글고 아래가 조금 좁아지면서 모여드는 듯하다. 색깔도 푸른빛을 내는 청동으로 만드는데 비해 서양 종은 누런 빛을 내는 황동으로 만든다. 따라서 치는 방법과 종 모양 그리고 주요 재료까지 다 다르니까 소리도 그 울림도 당연히 달라진 결과이지 싶다. 서양 종소리는 높은음이 많고 팍 퍼져 나가는 노랫소리 같다면, 우리 종 소리는 낮은음이많아 주변을 감싸는 듯한 노랫소리를 닮았다. 성덕대왕 신종이 내는 소리를 들으면 그 긴 울림이 마음속 깊이 파고들어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하다. 일본 NHK 방송국이 세계 여러 나라 종소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종으로 우리나라 성덕대왕 신종을 뽑기도 했다. 이는 우리 종에서 나는 '맥놀이' 현상 덕분이 아닐까 싶다. 종을 치면 종 속에서 진동이 생겨나며 서로 충돌하고 또 반사를 일으켜 잡음이 생기게 된다. 때문에 종을 최대한 바닥에 가깝게 매달아 두고, 바로 밑에 항아리를 묻어 놓거나 땅을 움푹하게 파 놓은 걸 '명동'이라고 하는데, 그 공간은 종소리의 진동을 오래 머물도록 해서 긴 여음을 만들 뿐 아니라, 첫 번째 진동이 이곳에 부딪혀서 새로운 진동이 더 생겨날 수 있도록 한다. 조상들의 이러한 지혜로운 또 과학적인 제작 기법 탓에 가장 아름다운 종소리의 명예를 얻은 것 아닐까 싶다. 자~ 이러한 '에밀레 종'을 직접 보시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코로나 시국이라 여행이 만만찮을 수 있는데 경주로 향하시면 된다. 첨성대가 있는 경주역사유젹지구의 국립경주박물관에 가면 직접 눈으로 볼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