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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성곽 중의 성곽, 산성

북한산성 남한산성 등 우리나라 성곽에는 어떤 특징들이 있는 것인가? 우선 궁궐이 있는 도읍지를 방어하기 위해 쌓은 도성이 있고, 지방 행정 관청이 있는 고을에 쌓아 행정과 군사적 기능을 갖춘 읍성이 있다. 또 외적을 막기 위해서 국경 부근에 산과 산을 연결하여 쌓은 장성도 있지요.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우리나라 성을 대표하는 것은 산성이겠다. 오늘은 역사적으로 치열했던 전쟁 이야기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산성을 찾아 떠나가 보도록 한다. 
백제가 처음 쌓은 북한산성. 위례성에 도읍을 정한 백제는 132년 석축으로 북한산성을 맨처음 쌓았다. 475년 고구려의 장수왕이 위례성을 함락하자 백제는 웅진으로 도읍을 옮기게 된다. 주인이 바뀌는 셈이다. 553년 이번에는 신라 진흥왕이 북한산성을 차지하고 북한산 순수비(비봉 정상부)까지 세우게 된다. 한강 유역에서 일어난 삼국의 각축전 양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역사적 사실이다. 세월이 흘러 고려 때 현종은 북한산성을 증축하게 되고, 1232년엔 몽골군과 격전을 벌이기도 한다. 조선시대 숙종 37년인 1711년 대규모의 축성 공사를 실시해 석성을 완성(4월에 시작해서 10월 25일에 완공, 약 6개월 소요)시키게 된다. 따라서 오늘날 남아 있는 북한산성은 대부분 숙종 대에 쌓은 것이고, 삼국시대의 토성은 부분적으로 그 흔적이 남아 있는 셈이다. 사적 제162호(둘레 약 9,5킬로미터, 14개의 성문과 암문)로 지정되어 있다. 

북한산성의 정문 격인 대서문

한양을 지키는 남한산성.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이 산성은 북한산성과 함께 한양을 지키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산성의 둘레가 무려 11.76킬로미터에 이르며, 성곽의 높이가 높은 곳은 7미터, 낮은 곳은 3미터가 넘는 큰 성이다. 이 성도 백제 때 쌓은 토성이었는데, 현재의 모습으로 변모한 것은 조선 광해군 때였다. 광해군이 후금의 침입을 막기 위해 토성을 석성으로 다시 쌓고, 인조 때에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해서 한양의 남쪽을 수비하는 최고의 성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1636년 병자호란 때 청나라가 쳐들어오자, 인조는 이곳으로 피란해 45일 동안을 버티며 항쟁하다가 결국 항복을 하는 치욕의 장소가 되고 말았다. 
임진왜란 3대 대첩지 행주산성. 경기도 고양시 한강 변에 있는 행주 산성은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이 행주 대첩을 거둔 곳으로 유명하다. 전라도 순찰사로 있던 권율 장군은 한양을 되찾기 위해 정예부대 2만 3천 명을 이끌고 이곳 행주산성에 진지를 구축한다. 왜군은 행주산성을 겹겹이 포위하고 아홉 차례에 걸쳐 공격을 한다. 권율 장군은 군사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이곳에서 물러나면 우리는 갈 곳이 없고 죽음뿐이다!" 라며 전투를 독려한다. 전투는 계속되는데 성안에는 무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화살과 화약이 바닥나자 군사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바로 이때 부녀자들이 앞치마에 돌을 가득 담아 왔다. 산성을 기어 올라오는 왜군을 물리치는데 돌은 좋은 무기가 되었고, 군사들과 백성들은 하나로 뭉쳐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 후 부녀자들의 공을 기리기 위해 행주라는 지명을 따서 행주치마라는 말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문경새재를 지키는 조령 산성. 영남 지방에서 한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백두대간이라는 큰 산줄기를 넘어야 한다. 김천의 추풍령, 풍기의 죽령, 문경의 새재가 이 산줄기에 있는 대표적인 고갯길이다. 그중에서도 문경새재는 비록 험하지만 남한강으로 이어지는 뱃길과 연결되어 있는 가장 빠른 길이어서 영남대로라고 불렸다. 그래서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에도 부산에 상륙한 왜군은 문경 새재를문경새재를 넘어 한양까지 밀고 올라왔던 것이다. 그 당시엔 산성이 없어 왜군을 막을 도리조차 없었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 이곳을 지키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성을 쌓았는데, 그 성이 바로 조령 산성이다.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던 선비들도 조령 산성이 있는 문경새재를 많이 넘어갔다고 한다. 추풍령을 넘어가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을 넘어가면 시험을 죽 쑤지만, 새재를 넘어가면 새처럼 날아서 장원 급제를 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전해 진다.
이상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성인 북한산성, 남한산성, 행주산성 그리고 조령산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외에도 각 지역에도 고을 방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산성들이 많이 있다. 부산의 금정산성(사적 제215로), 청주의 상당산성, 강화도의 강화산성(사적 제132호)이 그것이다. 오늘날 산객들의 단순한 산행 목적지로 또 답사객들의 유적 답사지로서의 제한된 기능만을 하고 있는 산성! 그 옛날 산성 축성에 동원되어 힘든 노역을 감당했을 이름 없는 백성들의 노고에 다만 마음한 편이 저려옴은 어쩔 수 없는 심사이겠다.